
1. 교통사고 가해자에게는 어떤 책임들이 발생할까?
도로에서는 한 순간의 실수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실수’라고 해도 교통사고는 엄연한 불법행위입니다.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교통사고 가해자는‘형사’와‘민사’두 가지 책임을 지게 될 여지가 있고, 따라서 겪게 되는 절차 또한‘경찰의 수사’와‘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보통 먼저 마무리되는 절차는‘경찰의 수사’입니다.‘배상 절차’는 피해자의 치료가 늦어지거나 합의금 산정에 이견이 생기는 등의 이유로, 사고가 경미·단순하여 곧바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배상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수사가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가‘불기소’되어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런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해자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걸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불기소, 혹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해자라고 해도 모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과실비율’이 잡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이미 다룬 적이 있는 주제이니, 참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한발 더 나아가‘민사상 손해배상소송’에서‘불기소 혹은 무죄판결을 받은 가해자’를 상대하는‘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실제로 수행했던 사례와 함께 설명드릴테니, 사고를 내놓고 수사 결과를 들이밀며 나몰라라 하는 뻔뻔한 가해자가 있다면 이 방법으로 참교육해주시기 바랍니다.
2.‘불기소’혹은‘무죄판결’을 받은 가해자를 상대로‘민사상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하는 방법은?
‘불기소’되거나‘무죄판결’을 받은 가해자를 민사소송에서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해자의‘과실비율’을 밝히고, 그에 맞는 금액을 배상받는 것입니다.
형사사건이 가해자의 잘못이 없는 것으로 종결되었는데도 어떻게‘과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아하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두 가지 사례가 있는데,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가.‘12대 중과실’이 적용되지 않는 상해 사건
먼저‘12대 중과실’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입니다. 우리나라에는‘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라고 하여 교통사고 형사 사건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이 있는데, 동법은‘12대 중과실’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위 법에 따르면 가해자가‘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 과실로 사고를 낸 경우, 종합보험에만 가입되어 있다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피해자가‘중상해’를 입은 경우는 예외이나, 이 경우에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역시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가해자에게‘공소권 없음’이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법원은 무죄가 아닌‘공소기각’판결을 내리게 되는데, 이 때는 가해자의 과실을 인정받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공소권이 없다’는 뜻은 결국‘절차상 가해자의 잘못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전방주시의무 위반’이나‘지정차로제 준수 의무 위반’은‘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과실로 사고를 내더라고 보통은 형사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사 절차에는 위와 같은 특례가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같은 과실들을 가지고 가해자의‘민사상 책임’을 인정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나.‘12대 중과실이 적용되는 상해 사건’혹은‘사망 사건’
그렇다면‘12대 중과실이 적용되는 상해 사건’ 혹은‘사망 사건’은 어떨까요. 이러한 사건에서도 불기소나 무죄를 가해자에게는 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렵지만 있습니다.‘형사 절차’와‘민사 절차’는 ‘잘못’을 인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이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교통사고 형사 사건은 마치‘zero-sum’게임과 같습니다. 가해자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 여부, 다시 말해 사고의‘회피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처벌 여부(잘못)를 판단합니다.
반면 민사 절차에서는 사고의‘발생’뿐만 아니라‘확대’에 기여한 사정들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개별적으로 고려합니다. 설령 사고 자체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더라도, 사고의 규모는 줄일 수 있었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 역시 과실(잘못)로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직진 상황에서 앞 차가 급정거를 하여 사고가 났는데, 뒷 차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습니다. 국과수에서는「뒷 차가 앞차를 인지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았어도 앞 차를 충돌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때 뒷 차 운전자는 사고에 대한 ‘회피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충격에는‘세기’라는 것이 있으므로 만약 뒷 차가 빠르게 제동을 시도했다면, 사고를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충격의 세기는 줄여 앞 차의 운전자를 덜 다치게 하거나 차량 파손을 경미한 수준에 그치게 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형사 절차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가해자의 과실들을 찾아낼 수 있다면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복잡한 사실관계나 증거들 속에 숨은 사실을 찾아내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승소 사례 소개
앞서 설명드린 방법을 활용하여 승소한 사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해자는 야간에 고속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케 하고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가, 이후 불기소 처분을 받자 “난 잘못이 없다고 판명되었으니 미리 받은 배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국과수와 도로교통공단의 감정결과는「가해자가 피해자를 인지하자마자 제동을 시작했어도 역과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감정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가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법도 합니다.
사고가 난 시간이 야간이기도 했고, 사고 장소도 사람이 누워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가해자의 과실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상대 측 변호인이 결과를 낙관하며 자신만만해 하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그러나 감정서에는 크게 언급되지 않은 유리한 사정들이 있었습니다. 가해자가 제동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점, 전조등 없이 주행하여 시야가 제한되어 있던 점을 발견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가 확대되었을 개연성을 적극 주장했습니다.
결국 제 주장이 그대로 인용되어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4. 마치며
지금까지 형사사건에서‘불기소처분’혹은‘무죄판결’을 받은 가해자에게도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일반인이 혼자 수행하기에 쉽지 않은 사건입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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