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에 대한 국가배상책임(공공시설의 하자로 인한 사고에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방법)

(사진=BBC 코리아)

1.‘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

처서(處暑)를 맞아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폭염이 한풀 꺾이는 건 반갑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올여름도 폭우로 인한 비극적인 재난이 있었습니다.‘오송 지하차도 참사’, 그리고 그에 앞선‘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로 인해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지하차도’나‘교량’은 모두 국가에 관리책임이 있는‘공공시설’입니다. 아무리 폭우로 인한 사고였다고 해도‘공공시설’ 관리가 소홀히 이루어진 사실이 있다면, 사고를 단순한‘자연재해 혹은 불가항력’으로 치부하며 국가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에게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민·형사상 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형사의 경우 정확히는‘공직자’가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형사 사건에는 요새 자주 이슈가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제가 다룰 주제는 아닙니다. 오늘 제가 다룰 주제는‘국가배상책임’입니다.

2.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이 공공시설의 하자가 문제가 될 때 성립하는 국가배상책임 : 영조물책임

‘국가배상책임’은‘국가배상법’을 근거로 합니다. 크게‘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에 의한 책임’과 ‘공공시설(영조물)의 하자로 인한 책임’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이 시설물 설치·관리상 하자 가 문제되는 사건은 후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후자는 다른 말로‘영조물책임’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비단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뿐 아니라, 일상생활 중 난간, 보도블럭, 안전표지판, 맨홀 뚜껑, 도로 포트홀과 같은 공공시설에 하자가 있어 피해가 발생했다면 사고 규모를 불문하고 성립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근거 조문을 살펴보겠습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 ① 도로ㆍ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營造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瑕疵)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한다.

조문을 분석해보니, ‘영조물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공공의 영조물, ② 설치·관리상의 하자, ③ 이로 인한 타인의 손해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요 쟁점이 되는 요건은 두 번째,‘하자’의 의미입니다.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은데, 대법원의 해석은 어떨까요.

“영조물의 용도, 그 설치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치·관리인이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로 하자의 존부를 판단하라고 설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88903 판결).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하자’는 결국‘Case By Case’라는 건데, 사실 법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앞으로 벌어질 수 천, 수만 가지의 경우의 수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일일이 법으로 만들어두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여러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추상적인 표현들로 법조문을 구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영조물책임’소송은 곧‘하자’의 의미에 대한 유리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자가 이긴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는 유형 및 그에 따른 대응 방법

앞서 살펴보았듯‘공공시설의 하자로 인한 책임’은 조문의 해석 여하에 따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국가는 쉽게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거절 사유는 아래 4가지 유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니라 ‘타 기관·부서’에 관리책임이 있는 시설이다.

안전관리에 관한‘내부 매뉴얼’을 모두 준수했다.

피해자의‘예측할 수 없는 이상행동’에 의해 발생한 사고다.

자연재해로 인한‘불가항력’이었다.

앞의 세 가지 주장은 거의 모든 국가배상소송에서 제시되는 주장이라 보시면 됩니다. 폭우, 폭설과 같은 천재지변이 개입된 사건이라면 네 번째 주장 또한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얼핏 보면 대처가 막막할 수 있는데, 방법이 다 있습니다.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주장은 간단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관련된 복수의 공공기관들을 ‘공동피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예컨대,‘오송 지하차도’의 관리 주체는 충청북도지만, 하수 유입의 선행 원인으로 지목되는‘임시제방’의 관리주체는‘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줄여서 행복청이라고 부릅니다)’입니다. 이럴 때 재난의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어느 한 쪽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오답의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 모두를 상대로 하면 그럴 위험이 없습니다. 어딘가에는 책임이 인정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무상 피고를 한 곳으로 속단하고 소를 제기했다 일이 복잡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두 번째 주장도 효과적인 대응법이 있습니다. 먼저‘매뉴얼의 타당성’를 다투는 방법입니다. 만약 매뉴얼이 만들어진지 수십 년이 지났고, 과거 비슷한 사고들이 있었음에도 내용을 개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면, 이런 엉터리 기준에 따랐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죠.

이처럼 매뉴얼이‘사회통념상 그 자체로 시민들을 보호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정을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법령 준수 여부’를 다투는 방법입니다. 매뉴얼보다 중요한게 법입니다. 모든 공공시설에는 그에 맞는 관리의무를 명시한 법령이 존재합니다. 도로 관리는‘도로법’을 따라야 하고, 하천 관리는‘하천법’을 따라야하죠.

실무상 시설 관리에 관한 법령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지켜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러한 사실을 밝히게 되면 이후의 절차는 아주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주장은 사실,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부인’하는 논거로 쓰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주로 피해자의 책임(과실)비율을 높히기 위해 활용됩니다.

이 때는 관련 수사기록, 영상자료, 위성 사진 등 자료들을 총동원해, 피해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주면 됩니다(경우에 따라 사실관계를 축소, 재구성하는 과정이 요구됩니다).

위 세 가지 주장에 대한 대응이 확실히 이루어졌다면, 네 번째 주장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천재지변에 개입된 건 사실이나, 관리 소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니 이 또한 피해 발생의 (공동)원인이다”는 주장이 이미 성립된 것이기 때문입니다(실제로 법원에서 국가를 비롯한 가해자의 책임을 인정할 때 활용하는 법리입니다).

이외, 대형 재난의 경우 전문 기관에서 사고 원인을 아주 자세히 분석하여 내놓는 경우가 많아 이를 증거로 활용하거나 전문가에게‘감정’을 받아 “천재지변에도 불구하고 관리의무를 다하여 피해를 예방·감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4. 마치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한 동안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편, 의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도 재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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